역사를 기초로 하여 쓰여진 소설은 참으로 모호하다 (바람의 화원)
바람의 화원 내가 알고있던 지식을 뒤엎어 현실과 허구를 섞어버리기에 그러하다.
그래서 많은이들이 혼동을 겪는일이 종종 생기곤 한다. 가장 큰 예가 다빈치코드가 아니었을까. 읽고난 후 '정말 저러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실제의 일이 맞는게 아닐까'..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아니면 작가의 속임수에 넘어가버릴지도 모른다.
뿌리깊은 나무 이후에 다시 만나는 이정명의 작품은 전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좀더 실감나게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 이번 바람의 화원에서는 무언가 잔잔하면서도 놀라움이 펼쳐진다. 그렇기에 두 작품을 비교하기는 어려운듯 하다.
바람의 화원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책속 가득 펼쳐져있는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 두사람의 그림을 맛볼수 있다는 것일게다. 그리고 상세한 설명까지 더불어 즐길수 있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훑어보았을때는 어떤것이 누구의 작품인지 갸웃거렸을만큼 그림에 무지한 나였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두사람의 그림체와 특징들을 살펴볼수 있게 되었다. 독서의 즐거움과 역사의 탐구, 그리고 고미술과의 산책까지 세마리 토끼를 잡은 즐거움 가득이다.
바람의 화원 책속 가득한 단원과 혜원의 그림에 관한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독특한 상상력으로 책은 사뭇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단원 김홍도에 비해 알려진것이 없는 혜원 신윤복, 그의 출생에 관한 비밀이 드러나며 느껴지는 당황스러움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기발한 상상력과 부드럽고 섬세한 이야기의 흐름으로 두권의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작은 미술관 벤치에 앉아 한가로운 꿈속을 거닐고 돌아온 느낌이다.
그녀는 바람의 화원이었다. 바람처럼 소리없고, 바람처럼 서늘하며, 바람처럼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 바람이 불어온다. 산꿩이 날아간 빈 가지가 흔들린다. 나는 길게 숨을 들이마신다. 바람을 닮은 그녀의 숨결이, 그녀의 향기가, 그녀의 혼이 느껴지지는 않을까 하여... -264쪽.
바람의 화원 책 소개 |
“신윤복과 김홍도, 조선의 뒷골목을 그리다!” <뿌리 깊은 나무> 작가 이정명 최신작! 『모나리자』, 『진주 귀고리 소녀』보다 매혹적인『미인도』의 비밀 천재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베일에 싸인 삶과 그림 속 미스테리 작품으로 잊혀진 왕국 비류백제를 배경으로 한 『천년 후에』(1999), 남북관계를 배경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연인들의 사랑을 그린 『해바라기』(2001), 기러기 아빠의 눈물겨운 사랑을 그린 『마지막 소풍』(2002)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