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와일드 - 인투 더 와일드 Into The Wild
멋진 연기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손 펜이 감독을 해서 화제가 되었고, 영화 자체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되어서(주제곡은 ‘펄 잼’의 에디 베더가 만들어서 아카데미에도 후보로 되어있다) 이래저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우연히 접한 줄거리는 젊은이의 반항에 관한 작품이라고 해서 사전지식이 없이 작품을 감상하니... 반항은 있어도 이게 반항이라고 말할 수 있기는 힘들 것 같다.
일종의 자기 존엄성이랄까?
그 존엄성이 약간은 자의식 과잉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에디 베더의 사운드트랙을 듣고서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보다 경쾌한 스타일로 생각되었지만 그런 작품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에디 베더가 참여했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운드트랙이 만족스러워서 영화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이 보다 자연적이고 히피적인 성향의 작품이었는지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하지만 그가 히피라고 말하기에는 곤란하다. 그는 보다 개인주의적이고 집단으로 행동하는 히피와는 차이가 있고 대마와 마약, 성 해방과 같은 것에 대해서도 그는 관심이 없다.
영화에 대한 느낌을 말하라면 읽어보지도 않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 생각난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소로우가 했듯이 작품의 주인공도 위선과 물질로만 가득한 세상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세상을 등지고 자연으로 향한다.
그가 세상을 등지게 되는 이유는 직접적으로는 그러한 자신의 신념과 삶에 대한 판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간접적으로는 부모님(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위선적인 모습에 대한 반항의 의미로도 느끼도록 만들었다.
물론, 단순한 사춘기적 반항으로 그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 무례한 짓이겠지만.
소로우처럼 주인공도 자신만의 ‘월든’인 알래스카로 향해서 살려고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소로우처럼 좋은 결과로 끝을 맺지는 못한다. 그리고 영하는 알래스카 근방에 도착해서 마을에서 몇몇 생필품을 구입하고 숲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그가 그곳까지 가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원작을 어느정도 충실하게 옮겼는지 모르겠지만(숀 펜이 직접 각색했다), 책처럼 영화를 4개의 장으로 나눠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가 총망받는 학생이었고 창창한 미래가 약속된 학생이었는데도 자신의 약속된 미래를 버리고 여행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순서대로 알려주지는 못하지만 영화를 보며 어느 정도 머리 속으로 정리를 하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런 선택을 해야할 문제인가? 라고 주인공의 선택에 의문을 갖을 수 있기도 하겠지만 어차피 그건 각자의 선택이니 그러한 선택에 대한 가치판단은 해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째서 그가 문명세계를 등지고 자연으로 향했는지와 어떤 생각을 갖고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이어갔는지를 작품을 통해서 느끼면 되지 않을까?
작품의 끝은 슬픈 결말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일탈되고 잘못된 선택과 삶을 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이 특별히 틀렸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다만 그가 조금은 자신의 생각에만 충실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갖게 만든다. 그처럼 용기있는 행동을 꿈꾸기는 해도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는 맥빠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영화는 손 펜이 ‘오디세이아’에 영향을 받았는지 주인공을 통해서 레이건-(아버지)부시로 대변되는 보수주의 정권이 집권하던 미국의 곳곳을 돌아다닌다.
실존인물인 크리스토퍼 매캔들레스의 여정을 다시 따라갔다고 말하는 것도 적당하겠지만 보다 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갖고 있는 숀 펜이기 때문에(그렇기 때문에 이런 작품을 만들었겠지만) TV에서 연설을 하는 부시의 모습을 잠시 보여주기도 하는 등 당시 사회에 대한(그리고 지금 미국 사회에 대한) 약간의 꿍꿍이를 숨겨둔 느낌도 갖게 만들었다.
주인공은 여행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가슴 아픈 경험을 한 중년의 히피부부를 만나기도 하고,
밀 농장에서는 자신의 가장 기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보트를 타고 싶다고 치기어린 행동도 하고 독특한 외국인 친구들도 만난다.
그리고 짧은 경험이기도 하지만 진심어린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정해지지 않은 여정이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다양한 인연을 이 작품에서는 따뜻하게 묘사하고 특히나 마지막 여정 직전에 만나는 가족이 없는 노인과의 만남은 가장 따스한 장면이면서도 가슴 아픈 이별을 보여준다.
노인과 함께하면서 그는 자신의 시각과 삶에 대한 입장과 생각을 조금은 알려주게 되는데, 그의 말을 간단하게 옮기면 이렇다.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어요.
인간 정신의 근본은 새로운 경험에서 나온다는 뜻이에요.
네. 세상으로 돌아가야만 해요
저 작은 작업장이 있는 외로운 집에서 나와서
길 위로 돌아가세요. 진짜로요.
하지만 인생의 즐거움이
인간관계에서 온다고 생각하면 그건 틀린 생각이에요
노인은 그런 그에 대해서 그런 선택을 한 젊은이의 선택에 이해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말해줄게 있다.
작은것 부터 종합해 보면,
네가 말해준 가족,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서 네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거기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 더 큰게 있어.
그리고 넌 신에 대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하지만 용서해라.
그리고 사랑해라.
니가 사랑할 때 하느님이 빛을 내려 주실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노인의 삶을 살아본 사람이 할 수 있는 충고를 일정부분은 받아들이지만 결국 그는 북쪽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배웅해주는 노인은 그에게 진심어리고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건넨다.
자신과 함께하자고. 자신의 손자가 되어달라고.
젊은이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알래스카에서 돌아오면 다시 얘기하지고 대답을 미루지만 떠나보내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노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장 감동적인 순간인 것 같다.
그리고 젊은이는 결국 비극적으로 삶을 마치게 되면서 노인과 다시 함께하지는 못하게 되지만 그렇게 죽음을 맞게 되면서 그의 마지막 판단은 조금은 성숙한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의 마지막 글은 이렇게 끝을 내니까.
행복은 나눌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끝없이 삶의 진리를 추구한 삶을 살아가던 젊은이가 자신의 삶을 끝자락에 내린 판단이기 때문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판단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조금 늦게 행복을 나누기 위해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뿐이니까. 조금만 더 일찍 행복을 나누기 위해서 세상으로 향했다면 그의 삶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짜라투스트라도 산에서 내려왔듯이 말이다.
최근 배우 출신으로 시작해서 감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벤 애플렉도 좋은 작품을 발표했다고 들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판단할 수 없지만 대부분은 첫 작품이기 때문에 스타일을 추구하기 보다는 이야기의 흐름과 연기자의 연기를 중심에 두고 작품을 이끌게 되는 것 같다.
숀 펜의 이번 작품도 자신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추구하기 보다는 묵직한 주제를 잘 풀어내고 주인공 크리스를 연기한 에밀 허쉬의 연기에 집중을 한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전작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를 통해서 많이 알려진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까다로운 캐릭터를 잘 표현해 주었다. 샤이아 라보프와 함께 헐리우드의 기대주가 되어가고 있는데, 다음 작품은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기 때문에 그도 기대할 연기자일 것 같다.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느끼는 감동은 숀 펜의 ‘감독’ 작품들도 기대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쇼보고 맘에 들어서 퍼온글입니다
이번 주말 시간내서 이 영화 한번 보는것도 좋을듯합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생각도 좀 해보고
무엇보다 영상미가 아주 뛰어나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