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중독

카페인중독 : 2008. 2. 28. 16:07
정력! 돈! 정욕! 섹스!" "정력! 돈! 정욕! 섹스!"


  인기 댄스곡의 후렴부가 2m 높이에 달린 스피커에서 끊임없이 울려퍼진다. 너무나 강력한 소리라, 베이스 음이 진동할 때 마다, 나무로 된 댄스플로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린다. 자줏빛 담배 연기와 열기 사이로 회전조명등의 붉은 빛이 춤추는 연인들을 비춘다. 남자들은 모호크 인디언들처럼 분장했고, 여자들이 입은 비닐스커트는 너무 얇아서 옷의 기능은 없다고 봐야 할 정도다. 새벽 4시 45분, 런던의 유명한 에그 클럽의 모습이다. 춤추다 지친 몇몇은 소파에 주저앉거나, 바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밤새도록 술·마약·담배, 그리고 지축을 뒤흔드는 소음에 빠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정적이고 신나게, 흔들리는 댄스플로어에서 자신의 춤 실력을 뽐낸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을까?


  "사실은 말이죠. 새벽 네시 반쯤 되면 클럽 분위기가 살아나요." 에그 클럽의 지배인 시몬 패트릭은 말한다. "고객님들이 강장음료인 레드 불을 마시려고 바로 몰려오는 시간이죠. 젊은 친구들은 '레드 불 여덟잔! 완전 날아다니겠네!'라고 외치죠. 그리곤 밤 새도록 춤을 춰요. 아침 일곱시엔 가게문을 닫아야 하는데, 고객님들 내보내는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온 몸을 '빨리감기'로 맞춰논 기분이에요." 10cm나 높은 댄스용 구두를 신고, 턱에는 피어싱을 해 금색 링을 달고, 양손엔 연한 청회색 레드 불 캔을 든 리 머피가 플로어를 가로질러 오면서, 소음 사이로 크게 외친다. "새벽 네시나 다섯시쯤 되면, 완전히 취해서 가버리잖아요. 그때 레드 불을 마시는 거에요. 전 이렇게 두갤 마실건데, 온몸의 속도가 되살아나는 기분이에요." 29살에,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그의 설명은 계속된다.


  리 머피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나이트 클럽 중독자들, 마라톤 선수, 산악자전거 선수, 전투기 조종사, 수험생, 그리고 잠들기 전에 15km정도 더 가고 싶어하는 심야 트럭 운전사들이 즐겨 찾는, 강장 음료로 소개되는 혼합 음료수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각성 물질인 카페인이 함유되 있다.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오스트리아 강장제인 레드 불에도 순수 카페인이 다른 성분들과 함께 함유되 있다. 235.3mg짜리 레드 불에는 340.2mg짜리 소다보다 두세배 많은 양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클럽의 그 친구들은, 놀라운 새 발명품을 우연히 발견했다고 생각하겠죠." 영국 서리 국립대학교 인간 정신 약리학 연구소의 소장인 닐 스탠리는 말한다. "하지만 카페인 함유 음료수의 효능은 수백년 전부터 알려진 겁니다. 힘이 떨어졌을 때,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수를 마시면 활기를 되찾게 됩니다. 그리고, 카페인을 섭취하는 새로운 방법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육체적 피로를 없애주고, 활동력을 높여주는 카페인의 주 효능은 카페인이 니코틴과 알콜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감정 전환 약물이 된 한 이유이다. 탄산음료나 에스프레소 커피 뿐 아니라, 다이어트 약과 진통제에도 카페인이 포함되 있다. 카페인은 어렸을 때 부터 탄산 음료와 초콜렛 등을 통해 습관적으로 섭취하는 유일한 정신 활성제이다. 선진국의 아이는 소량의 카페인을 축적한 상태로 태어난다. 어머니가 카페라떼나 스내플(유명한 과즙 혼합 음료) 등을 통해 섭취한 카페인이 탯줄을 타고 아이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몇몇 과학자와 대중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들은, 카페인의 침투성을 염려하지만, 카페인의 인기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레드 불과 유사 강장 음료들인 레드 데빌, 로어링 라이언, 록스타, 소베 아드레날린, 러쉬, 고 패스트, 후프 애스 등의 판매량은 감소할 줄 모른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커피 전문점이 전 세계에 문을 열고 있는데, 새로 문을 여는 가게의 수가 너무 많아서 트리플 샷, 무거품, 더블 카라멜, 스키니 마키아토 등의 애호가들조차 헷갈릴 정도이다. 스타벅스는 영업을 하는 날마다 네개의 새 분점을 세계 곳곳에 세우며, 2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스타벅스 주차장에 새로운 스타벅스 분점이 생길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진.


  사람들이 커피를 마셔서 느끼는 묘한 흥분과 차를 마셔서 느끼는 그것이, 같은 화학 성분 때문이란 사실을 발견한지는 2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잎, 씨, 차·커피·카카오·콜라 나무열매 등 60가지 식물에 함유된 알칼로이드 중 하나인, 이 놀라운 고대의 약물을 인간이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기원전 6세기로, 위대한 사상가였던 노자가, 그가 창시한 도교를 공부하던 제자들에게 차를 만병통치약으로 소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서유럽에 커피 전문점이 급증하던 1820년이 되서야, 새로운 부류의 과학자들이 커피의 인기를 이렇게까지 높게 만든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브 페르디난드 룽에는 커피에서 화학 성분을 추출해, "커피 안에서 찾은 것" 이란 뜻을 가진 "카페인"으로 명명했다. 1838년엔, 화학자들이 차 속의 각성 유발 물질이 룽에가 발견한 카페인과 같음을 밝혀냈다. 1900년이 되기 전, 콜라나무 열매와 카카오에서도 같은 성분이 발견되었다.


  1세대 공장들이 유럽을 산업 혁명으로 이끌던 때, 커피와 차가 큰 인기를 모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동안 유럽인들을 사로잡았던 맥주를 대신한, 카페인 함유 음료의 인기 상승은 인간의 경제적 노력 무대를 농장에서 공장으로 급변시켰다. 커피와 차를 통해 자연스레 끓인 물을 마시게 되었고, 복잡한 도시의 노동자들의 질병 발생률을 낮추는데 한몫 했다. 그리고 카페인의 특성은 노동자들이 일하던 도중 잠들지 않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카페인이 없었다면 현대 사회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점차 세계가 현대화 되 갈수록,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커피(또는 다이어트 콜라나 레드 불) 한모금이 사람들을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나 일터로 복귀하게 하지 않았다면, 24시간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그동안의 인류 역사상, 수면과 기상은 기본적으로 태양과 계절에 의해 좌우되었습니다." 하버드 의대의 신경계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찰스 체이슬러 박사는 설명한다. "노동 환경이 태양에 좌우되는 스케쥴에서 시계에 따라 움직이는 스케쥴로 바뀌어 감에 따라, 그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전등의 발병과 함께, 카페인 함유 음식과 음료의 보급은, 인간이 한낮의 햇빛이나 자연스런 수면 주기가 아니라, 시계에 맞춰진 노동 스케쥴에 잘 대처할 수 있었던 원인입니다."  


  카페인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 체이슬러 박사는, 하얀 연구실용 가운을 입고 보스턴 브링험&여성 병원의 자신의 연구실을 바쁘게 돌아다니다, 선반에서 잡지 기사 몇개를 집어들더니 도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핵심적인 수치를 가리킨다. "카페인은 바로 각성 증진 치료제입니다."


  과학자들은 카페인의 "각성 증진" 기능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을 발표했다. 현재 가장 설득력을 얻는 이론은, 카페인이 자연 수면제 역할을 하는 신체 화학 물질인 아테노신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카페인이 수면에 관여하는 아테노신의 활동을 가로막아, 잠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또한 카페인이 심리상태를 고양시키고, 활동력을 증진시키기 때문에, 연구실에 새벽 세시까지 들어앉아 생활하는 학생과 학자들에겐 필수 식량이나 다름없다. 종종 밤을 새워가면서까지 방정식 이론을 연구했던 헝가리 수학자 폴 에르되시는 "수학자는 커피를 수학 정리로 바꾸는 기계이다." 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잠을 죽이는 카페인의 효과를 장거리 여행자들도 이용하고 있다. 태평양 상공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의 좌석 수 만큼이나 많은 시차 적응 방법이 알려져 있다. 그 중, 베넷 알란버그와 보니 K.빌러가 쓴 "카페인으로 얻는 이득"에 약술된 내용을 빌자면, 여행 며칠 전부터 카페인 섭취를 끊다가, 도착한 날 부터 약간씩 커피와 차를 마시면 시차적응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특히 햇빛 아래에서 마시면 효과가 크다.(이 기사를 쓰기 위해 몇주간 여행하면서 이 방법을 사용해 봤는데, 정말 효과 만점이다.)


  "카페인은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을 깨는 주범입니다." 체이슬러 박사는 말한다. 순간, 박사의 맑은 얼굴에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더니, 박사의 음조가 갑자기 변했다. "한편으론 말입니다." 굳은 목소리로 박사가 말을 이었다. "카페인 효과로 인해 깨어 있는 시간을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는 아주아주 큽니다." 충분한 수면(널리 알려진, 하루 8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사람의 몸은 신체적·정신적·감정적으로 완벽하게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박사는 말한다. "우리 사회는 집단 수면 부족증을 앓고 있습니다."


  계속된 박사의 말에 따르면, 현대의 카페인 열망의 한가운데에는 심각한 진퇴양난의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전 세계에 카페인이 널리 퍼진 으뜸가는 이유는 잠에서 깨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정신적 의지물에 의존하는 이유는 바로 부족한 수면 때문입니다. 카페인의 영향이 큰 이 수면 부족을 매꾸기 위해 또 카페인을 마시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디트리히 마테쉬츠 사장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하는지 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크고 정감있는 체구에, 흰 수염을 짧게 깎은 얼굴에선 크고 정감있는 웃음이 그칠 날이 없는 이 오스트리아 출신 마케팅 전문가는 자신을 "위험을 즐기는 사람" 으로 소개하며, 일만 하지 않았으면 암벽등반을 하거나, 헬리콥터를 타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다음 스키를 타고 내려오거나, 또는 가파른 알프스 산맥에서 자전거를 탔을 거라고 자랑삼아 말한다. 충분히 그럴 만한 사람이다. 인생일대 최대 도박을 잘 살려 엄청난 유행을 몰고 왔고, 슈퍼마켓 진열대에 그의 새로운 상품과, 수백개의 유사 제품이 진열되었으며, 15년만에 백만장자 단열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1980년대, 그는 동아사아에서 피부 보호 제품과 치약을 판매하는 독일계 화장품 회사인 "블렌닥스"에서 근무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도쿄나 베이징까지 수시로 날아가야 했고, 그때마다 찾아오는 시차 적응 문제는 늘 그를 짜증나게 했다. 세일즈맨의 특성상, 항상 활력이 넘쳐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시간의 비행으로 그의 체력은 바닥나고 말았다. 많은 아시아인 택시 운전자들이 수시로 조그마한 강장제를 마신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행운이었다. 방콕까지의 비행으로 완전히 녹초가 된 어느날, 그는 택시 기사에게 부탁해 강장제를 마셔 보았다.

 

  유레카! "시차 적응 문제가 해결되었어요."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말한다. "순간, 정신이 또렷해졌죠." 거의 20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는 그때의 짜릿한 흥분을 잊지 못한다. "아시아 전역에 이 강장제가 있었고, 시장도 컸습니다. 전 생각했죠. 서양에는 이런 음료수가 없던가?"

 

  물론, 서양에도 이 아시아산 강장제의 핵심 성분인 카페인 음료가 있었다. 다트리히 마테쉬츠씨를 사로잡은 이 강장제는, 태국의 크라팅 다엥('붉은 황소'라는 뜻)으로, 카페인과 타우린, 그리고 탄수화물의 한 종류인 글루쿠로노락톤의 혼합물이다. 그는 샐러리맨 직을 그만두고 노후 대비 저축까지 쏟아부어 서양에서 크라팅 다엥을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얻어냈다. 그리고 향과 캔 디자인을 조금 고치고, 탄산을 약간 첨가한 다음, 1980년대 후반부터 유럽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에너지 음료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점이 대부분이었다. 이전에는 없었던 음료였고, 때문에 시장 자체가 없었다. 마테쉬츠는 이 문제를 뛰어난 판촉 전략으로 극복했다. "레드 불은 마시는게 아닙니다. 사용하는 겁니다." , "잠자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세요." , "레드 불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그 당시 광고 문구들이다.


  레드 불은 카이트서핑, 길거리루지, 페러글라이딩 등 익스트림 스포츠 행사를 주최하기 시작했다. 레드 불이 겨냥한 소비자층은 교육 수준이 높고 정력적이며, 급료 수준도 좋은 유럽의 젊은층으로, 이들은 직장에서 일을 마친 뒤 운동을 하고, 다음날 새벽이 밝을때까지  시내 클럽에서 춤추며 술을 마시는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20세기가 끝나갈 즈음, 유럽 클럽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새 칵테일은 "보드카 불"로, 레드 불에 보드카를 탄 칵테일이다.(레드 불에 데낄라를 탄 "불가리타", 레드 불에 샴페인을 섞은 "샴불", 레드 불과 예거마스터를 혼합한 "불마이스터"도 판매되었다.) "레드 불은, 밤 새도록 당신을 요동치게 합니다." 그 당시 광고엔 이건 문구가 써 있었으며,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알콜을 첨가해도 레드 불의 효능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레드 불은 1997년 미국에 상륙해, 몇몇 익스트림 스포츠 행사를 개최했고, 대학 캠퍼스에서 "친절한 슈퍼스타"를 고용해 레드 불 브랜드를 홍보했다. 현재 레드 불은 100개 국 이상에 진출하여, 매년 20억 캔 정도 팔려 나가고 있다.


  레드 불의 본사는 알프스 산맥 끝 산 속에 자리잡은 푸른 보석같은 푸쉴시 호숫가에 자리잡고 있으며,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류 회사의 본사라기보다는, 잘 꾸며진 고급 호숫가 클럽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마테쉬츠 씨는 건축가에게 부탁해, 레드 불의 폭발적인 판매량 증가를 잘 보여주도록, 건물을 두개의 활화산 모양으로 짓게끔 했다. 탱크 톱과 데님 옷을 입은 젊은 직원들이 산악 자전거를 타고 회사 주차장을 바쁘게 돌아다닌다. 큰 검은 개 한마리는 회장 사무실 밖 로비에 심어져 있는 6m 정도 되는 야자나무 밑에서 낮잠을 즐기는 중이다. 마테쉬츠 씨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회사 분위기에 맞게, 청바지와 샌들을 신고 근무하며(양말도 신지 않았다.), 젊은 직원들과 함께 호반에서 비치발리볼을 즐긴다.

 

  그는 레드 불의 성공을 자신의 공으로만 돌리지 않고, "전략의 승리"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판촉을 할 땐, 기존 제품과의 차별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커피엔 카페인이 들어있지만 쓴 맛이 단점이고, 시원하고 신선한 느낌도 떨어집니다. 다른 소프트 드링크(알콜이 들어있지 않은 음료수)는 신선하고, 갈증도 해소시키지만, 그것 뿐입니다. 음료의 맛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 외 다른 것, 다시 말해 맛있으면서도 몸에 도움이 되는 음료가 각광받을거라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거죠. 그래서 레드 불이 탄생했습니다."

 

  소프트 드링크에 여러 습관성 물질을 첨가해 "기능성"을 높인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프랑스와 덴마크에선, 높은 카페인 수치와 다른 재료 혼합을 문제로 지적하며, 레드 불 등의 강장제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레드 불의 고향 오스트리아에서는 "Nicht mit Alkohol  mischen"(알콜과 섞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캔에 써 있다.

 

  한 18살 농구 선수가 레드 불을 몇개 마시고 경기에 나섰다가, 코트에서 쓰러져 사망한 사건 이후, 아일랜드에선 논란이 더욱 커졌다. 레드 불이 선수의 갑작스런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검시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정부는 자극성 음료 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 건강에 강장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위원회가 소집된 이후 가장 처음 주목한 것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느냐였습니다." 아일랜드 식품안전증진협의회의 정력적인 최고 책임자이자, 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마틴 히긴스 씨의 말이다. "국민들 모두 이런저런 방법으로 자극제를 섭취합니다." 위원회가 레드 불과, 유사 음료의 모든 성분을 분석한 결과, 카페인의 흡인력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이 사는 것은 에너지나 신체 활동에 필요한 힘이라기보다는, 카페인이 주는 흥분입니다. 특히 나이트클럽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이겠죠. 위원회의 가장 큰 염려가 바로 카페인입니다."

 

  최종적으로, 자극성 음료 위원회는 카페인이 함유된 강장제를 "적정 수준으로" 섭취할 경우엔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리고 아이와 임산부, 그리고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섭취를 자제해 달라는 경고 문구를 포함시킬 것을 권유했다. 또, 공중 보건 책임자는 카페인이 함유된 강장제를 스포츠 경기나 운동 중에 갈증 해소용으로 마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일랜드의 연구 결과는, 지난해부터 유럽 연합(EU)에서 권고하고 있는, 1리터랑 150mg이상의 카페인이 함유된 모든 밀폐 용기 음료에 "카페인 다량 함유"라는 표시 의무화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다. 이 기준에 의해, 레드 불과 대부분의 경쟁 제품은 고카페인 함유 음료로 분류된 반면(당연한 말이지만, 커피도 여기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콜라와 소프트 음료는 고카페인 함유 음료에서 제외됐다. 이 표시 의무화는 25개 EU회원국 전체에 적용된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엔 아직 이런 제도가 없지만, 많은 캔 강장제에는 경고문이 부착되 있다.


  아일랜드의 자극성 음료 위원회의 회원이었다가, 위원회의 활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 모임에서 탈퇴한 심리학자 잭 제임스는 고카페인 음료에 경고문을 부착하는 정도로는 거의 아무 효과도 없다고 믿는다. 그는, 아직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경고문 부착이 카페인이 적게 함유된 음료수는 아무 위험이 없다는 오해를 사람들에게 심어준다고 말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매년 카페인 섭취를 계속하는 동안, 제임스는 아일랜드 갈웨이 국립대학교 캠퍼스에 위치한 자신의 간소하고 멋없는 연구실에 앉아, 카페인 섭취를 멈춰야 하는 이유를 입증해 가고 있다. 한 동료가 그에게 "카페인 최대의 적"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열심이다. 곱슬머리에, 철테 안경을 쓰고, 한번 결단하면 굽힐 줄 모르는, 호주 출신의 제임스 씨는 네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 동안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 그도 한때는 매일 카페인을 섭취한 사람이었지만, 몇년 전부터 "금(禁) 카페인"을 선언했다. "학술 회의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아직도 '어이, 잭, 커피 안 마셔?' 고 놀립니다."

 

  제임스 씨는 소프트 음료와 커피 회사의 자금을 지원받은 연구 성과들을 비판하며, 이러한 연구들이 카페인의 잠재적인 부정적 효과들은 무시한 채, 그저 자비로운 물질로만 묘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연구들은, 카페인이 정신 활성에 관여하는 약물로, 혈압을 높여 심장마비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관점은 공중 보건 발표문이 카페인에 보이는 입장을 간과한 것이다. 커피와 소프트 음료 회사가 몇몇 카페인 연구에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나 연구소도 많다. 대다수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약물을 적정량(하루 최대 300mg, 340그램짜리 테이크아웃 커피 한두잔 또는 청량음료 6~8캔)만큼 섭취할 경우 몸에 해롭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카페인은 약물이기 때문에, 걱정의 여지는 남아 있다. 지난 몇년간의 연구에서 카페인을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장암,방광암, 유선증(유방에 양성 낭포가 생기는 병), 췌장암,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카페인이 이러한 질병의 절대적인 원인인지는 증명되지 않았다. 단기간의 영향만이 현재 연구 가능하다.

 

  다른 약물들처럼, 카페인도 정신과 신체 기능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친다. 카페인은 각성제(중추 신경계를 자극함)이자 활성제(신체의 움직임을 증가시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되었다. 또한 카페인은 이뇨제 기능도 하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약간의 수분만 제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운동선수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카페인 함유 음료가 소변 배출량을 증가시키지만, 물을 마셨을 때와 동일한 양이다. 카페인은 혈합 상승에도 기여하지만 일시적일 뿐이다. 몇몇 연구에선 카페인이 칼슘 손실량을 증가시킨다고 하지만, 이도 극히 미미할 정도로, 하루 두숟가락 정도의 우유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많은 연구 결과들은 카페인이 인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카페인이 통증을 덜어주고, 편두통에 효과가 있으며, 천식 증세를 완화시키고, 감정을 고조시킨다는 사실일 연구로 입증되었다. 정신 각정제로, 카페인이 민첩성, 인지력, 반응 속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카페인이 피로를 없애주고 운전이나 비행기 조종, 간단한 수학 문제 풀이나 수치 정리 등 주의력이 필요한 일의 수행 능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페인의 전 지구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남용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카페인 스스로가 남용을 막아 주거든요."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의 행동약물학자인 잭 버그만의 말이다. "신경 과민 증상을 느끼게 되서, 카페인을 그만 섭취할 수 밖에 없게 되죠." 신경과민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유전적으로 카페인의 효과를 쉽게 느끼는 사람들은 약간의 카페인 만으로도 불안감이 증가할 수 있다. 소수의 사람들은 300mg의 카페인만으로도 긴장과 불안감이 증가하고, 공황 발작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신경 과민인 사람들이 카페인을 덜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뒷받침 해 준다.


  아이들의 몸무게는 성인에 비해 덜 나가기 때문에, 성인보다 더 적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해야 한다. 아일랜드의 자극성 음료 위원회의 보고서는 불안감과 신경 과민 증상 예방을 위해 아이들의 고카페인 음료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소량의 카페인조차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식품청의 보고서는 아이들이 성인보다 카페인을 더 빨리 흡수하지만, 카페인 효과(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에 더 민감하다는 주장을 이끌어낼 증거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식품 의약청(FDA)은 임산부에게 가급적이면 카페인을 섭취하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하루에 적정 수준의 카페인은 임산부에게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 예일 공중 보건 학교의 주산기 전염병 전문가인 마이클 브랙큰은 지난 20년간 예비 엄마 수천명의 평소 습관을 추적 조사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기초해서 단언하자면, 하루 300mg(커피 한두잔)의 카페인은 태아에게 아무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수십년간의 실험 후에도, 카페인은 FDA의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식품 첨가물 목록에 남아 있다. "카페인에 대한 모든 연구들을 살펴봤을 때, 적당한 양의 카페인 섭취도 몸에 해롭다는 주장은 억지입니다."라고 버그만 씨는 말한다. "행동에 미치는 효과는 분명 있지만,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카페인 의존 증상도 분명 존재합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보통 커피 한두잔 정도를 마십니다. 하지만 마시지 않은 날에도, 금단 증상은 심하지 않습니다."


  버그만 씨의 주장에 반박하는 카페인 애호가들은, 하루나 그 이상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두통, 과민반응, 에너지 부족, 거기에 피곤함마저 느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카인이나 헤로인을 끊는 것과 비교해, 카페인은 빠르고 쉽게 끊을 수 있다. 금단증상도 일주일 이상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이틀에서 나흘 사이에 사라진다. 그렇긴 하지만, 금단의 고통은 왜 수십억의 사람들이 그토록 카페인에 목을 매는지 잘 보여주는 한 예이다. "아침에 커피 한잔을 마시기 전까진, 난 인간이 아니다." 라는 어떤 사람의 말은, 그나마 완곡한 카페인 중독 표현이다.


  잭 제임스 씨는 널리 알려진 카페인 의존 증상이 연구 결과를 왜곡했고, 카페인의 감정 고양 효과를 과장했다고 주장한다. 카페인을 일정기간 섭취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카페인 섭취 집단의 감정 고양이나 신체 활동 증가는 단순 금단 증상에서 벗어난 일시적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끝없는 고리 안에서 돌고 있는지도 모르죠." 서리 대학 수면연구센터의 생리학자 더크-얀 딕은 제임스 씨의 의견에 동의한다. "카페인을 섭취하고, 그래서 민첩해집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효과가 다 사라지기 때문에, 다시 카페인을 섭취해서 재충전합니다. 물론 벗어나는 방법은 있어요. 낮에 일하는 사람들을 봤을 땐, 카페인 없이도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한편, 매일 아침 도너츠 몇개와 함께 하기도 하는 커피 마시기 의식은, 사람들이 즐기는 일상적인 한 부분이다. 기분은 안정되고,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은 가장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는 의식을 수없이 많이 만들었다. 의식 자체가 마실 것 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차 의식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의 소박하고 우아한 카노유에선 차실의 소박한 가구와, 다다미 바닥을 사뿐히 걸어오는 기모노 입은 여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수제 황토 컵에서 느껴지는 여백의 미가 차 만큼이나 중요했다.

 

  영국의 오후 차 시간은 허식과 호화로움으로 치장된 행사로 변했다. 런던 식당가에 위치한 포트엄&매이슨에서는 금색과 청색 도자기잔에 담긴 차를 초록색 대리석 기둥과 큰 꽃 장식물을 감상하며 마실 수 있다. 굽신거리는 웨이터가 핑거 샌드위치와, 딱딱한 크림을 바른 과자 빵, 그리고 열대 과일이 들어있는 타트 파이와 함께, 얼 그레이(베르가몬 향이 나는 중국 차)와 랍상 소종 차를 내 온다. 방 한가운데에 놓인 피아노에선, 피아니스트가 "햇빛 비치는 거리에서"를 연주한다. 록펠러(미국의 석유왕) 만큼이나 돈 많은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적어도 차를 다 마시고 계산서(44달러씩이나!)를 받아들기 전까진.

 

  미국인들은, 관례대로 카페인 음료 의식을 약식으로 개조했다. 근처 던킨 도너츠에서 커피 한잔과 크럴러(고리 또는 꽈베기 모양의 튀김 과자) 한개, 또는 사무실 책상에서 인스턴트 커피에 분말 크림과 인공감미료를 겻들이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에, 아침에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의식은 빠르게 고급화되었다. 75센트 여과 커피에, 리필도 무한대로 가능했던 가게들은 바리스타가 손님들에게 직접 커피를 끓여주고, 향도 선택해 주는 6달러짜리 고급 커피숍에 자리를 내 주었다.    

 

  "우린 완전히 새로운 커피 의식을 창조했습니다." 스타벅스 창시자인 하워드 슐츠 사장은 말한다. 20년만에 그는 시애틀의 4번가와 스프링 가 모퉁이의 원두가게 안에 위치했던 한 에스프레소 바를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하나로 초고속 성장시켰고, 스타벅스는 이제 플레이보이지가 "스타벅스의 여자들"이란 특집 기사를 실을 정도로 친숙한 글로벌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하루에 커피 다섯잔을 마신다는, 올해 51살의 슐츠 사장이 과거를 회상하며 사무실을 도는 모습은, 맹수의 강렬함 그 자체였다.

 

  시애틀의 스타벅스(멜빈의 "백경"에 등장하는 1등 항해사의 이름을 땄음)라는 원두가게 판매원이었던 슐츠 씨는 1983년 밀라노를 방문한 뒤, 이탈리아의 위대한 명물인 에스프레소 바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멋진 커피였죠.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흥분한 목소리로 슐츠 씨가 말을 잇는다. "커피는 대화에요. 친목이죠. 인간 관계구요. 그리고 좋은 커피가 다리 역할을 하죠. 시애틀에서도 한번 시작해 보자 생각을 했어요."

 

  이슬비가 내리던(또 뭐가 있나?) 1984년 4월 어느날 아침, 슐츠 씨는 원두 가게의 후미진 구석에 작은 에스프레서 바를 개점했고, 던킨 도너츠 따위는 꿈도 꾸지 못했던, 카페 라떼 같은 매혹적인 음료를 팔기 시작했다. 몇일 못가서 가게 밖 인도는 사람들의 긴 줄로 매워졌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회사를 떠나, 일 지오르날레(더 데일리(The Daily)라는 뜻의 이태리어)라고 이름붙인 에스프레소 바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년 뒤엔 그가 다녔던 회사를 매입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전 세계 8,500개 지점에, 올해 새로 1500개의 지점을 개점할 계획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로 성장시키기에 이르렀다.

 

  슐츠 사장은 카페인이 회사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진 않는다. "카페인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마시는 의식과, 그 의식의 낭만이 훨씬 더 중요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래도, 카페인을 빼놓을 순 없다. 슐츠 씨의 사무실에서 몇킬로미터쯤 내려간 곳에 위치한 워싱턴 주 켄트의 원두 가공공장 책임자인 톰 월터스 씨는 이를 잘 안다. "커피와 카페인을 연결시키지 말라는 부탁을 받긴 했죠."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갓 딴 원두가 70kg짜리 삼베 자루에 담겨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을 지나며 월터스 씨가 말한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카페인 천진데요. 원두를 볶다 보면, 로스터에서 카페인 냄새가 나요. 그래서 커피 마실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쁠 땐, 로스터에 손을 집어 넣었다 빼낸 다음, 그걸 핧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라도 자극을 느끼고 싶은 거죠."

 

  커피, 콜라, 차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음료 모두에 우연히도 카페인이 들어있는 건, 바로 카페인의 자극을 사람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이 단숨에 들이키는 모카 커피에서, 절에서 창화를 나누는 스님들이 마시는 녹차에서, 인류의 사랑을 받는 자극제는 매일,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늘 밤에도 예외는 아니다. 런던 에그 클럽의 반짝이는 조명과 물줄기처럼 쏟아지는 소음 아래, 리 머피가 "너 가진 걸 줘"의 전자음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그러더니 한쪽 손에 든 레드 불 한 캔을 쭈욱 들이킨다. "이봐, 친구. 이거 중독성있는거 잘 알아." 소음 너머로 그가 소리친다. "하지만 난 이 쾌감이 너무 좋아."    

 

Posted by 분별없는 아이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