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중독

카페인중독 : 2008. 1. 7. 21:41

커피는 '악마의 유혹'이라 했다. 그 쓴맛은 오히려 미각을 더욱 예민하게 하고, 고소한 냄새는 식욕을 자극하고, 마법의 주문처럼 카페인은 한 낮의 나른함을 날려 버린다.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 입맛을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문화적 변화까지 이끌어낸 몇 안 되는 수입문명이 바로 커피이다. 덕분에 수년 사이 '커피 전문점'이 눈에 띄게 늘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S'커피 숍의 명동점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다 매출도 최고일 정도로 커피 열풍은 대단하다.

커피 소비가 늘다보니, '커피 중독' 또는 '카페인 중독'이라는 새로운 병이 나타나고 있다. 커피를 즐기게 되는 이유는 '맛있다'거나 '멋있다'가 대부분이겠지만, 실제로 커피를 탐닉하게 되는 생리적 원인은 '정신이 반짝해서'이다. 다시 말해 카페인이 갖는 대뇌흥분효과 또는 각성효과가 커피 중독의 주범인 것이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커피 중독은 인간의 뇌를 변화시킨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좀 더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하기 쉽고, 감정이 불안정해져 우울증을 앓게될 가능성이 높고, 불면이나 불안 때문에 고생할 수 있다. 또한 금단 증상이 있어서, 커피를 안 마시게 되면 불안·초조해지거나 하루종일 늘어지고, 두통이나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일시적인 착란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내성이 생기게 되어, 머리를 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마시는 커피 량이 늘게 된다.
수년간 불면증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던 사람이 커피를 끊고 수면제가 필요 없게되었다는 말이 있다. 우스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수면과 불안에 미치는 카페인의 영향은 치명적일 수 있다.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불안해지거나, 조그만 소리나 환경의 변화에도 잠을 못 자는 경우에는 커피를 끊는 것이 치료의 첫 걸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자극적이고 중독 성향이 강한 커피에 온 마음과 몸을 빼앗겨 버린 이유에는 아마도 우리 국민의 정서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새마을 운동으로 대변되는 '경쟁 심리'와 '빨리 빨리'라는 병이 있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식어서 '냄비'라고 하는 국민성도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카페인이 주는 흥분의 효과는 빨리 서둘러야만 하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 좋은 보약일 것이다.
물론 적당하다면 커피는 삶을 풍요롭고 활기차게 만들 수 있어 좋지만, 카페인은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약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분별없는 아이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