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에는 대다수 직장인들이 늦잠을 즐긴다. 주중에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마음 편히 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부리다 보면 어느 새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경우도 많다. 필자도 일요일에는 평일보다 느지막히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은 더 피곤하고 머리도 멍하면서 만사가 귀찮을 때가 많다.

평일보다 훨씬 많은 잠을 잤는데도 왜 이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습관적으로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마실 뿐 아니라 하루에도 몇 잔씩 커피를 마신다. 이렇게 매일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다가 공휴일에는 늦잠을 자고 커피를 안 마시니 어딘지 모르게 몸이 뻐근하고 피곤하면서 머리도 아프고 계속 졸리는 것이다. 최근들어 원두커피 판매와 전문점이 증가하는 것과 비례하여 커피 금단 증상에 의한 공휴일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자주 마시는 커피도 중독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은 원두커피 한 잔에 100-200mg, 인스탄트 커피 한 잔에 60-100mg, 홍차 한 잔에 40-80mg, 녹차 한 잔에 20mg, 각성제 한 알에 150mg, 콜라 한 잔에 20-40mg 정도가 들어있다. 결국 커피를 매일 하루에 두세 잔 만 마셔도 250-300mg 이상을 복용하게 되어 쉽게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카페인은 담배, 알코올이나 마약에 비해 의존성이 크지 않고, 그 후유증으로 인한 능력 손상이 크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무시되어 왔지만 근래에 카페인을 함유한 음식 섭취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카페인은 뇌를 각성시키는 역할을 하여 적당량을 섭취하면 아침에 졸음을 쫓고 상쾌한 기분을 주지만, 과량을 섭취하면 불안, 초조, 손떨림, 얼굴 붉어짐, 불면이 생겨 오히려 집중력을 감소시킨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커피 한 잔에도 이런 증상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학교시험이나 입시공부에 쫓기는 청소년들은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려고 커피를 많이 마시지만 지나칠 경우 오히려 공부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카페인을 오랫동안 많이 복용하면 위에서 언급한 금단 증상이 쉽게 생긴다. 실제로 금단 증상 때문에 커피를 줄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드링크제에도 카페인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건강을 생각해서 카페인을 제거했더니 드링크의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되어 다시 카페인을 추가했다는 제조회사의 뒷이야기도 들은바 있다. 또한 손님이 많고 유명한 원두커피 전문점일수록 카페인 함유가 높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것도 카페인의 의존성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카페인은 다른 중독성 약물에 비해 인체에 크게 해롭지는 않다. 하지만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점점 끊거나 줄이기가 힘들어진다. 그리고 과량의 카페인으로 인해 우리의 정신과 신체는 피로에 둔감해져 꼭 필요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거나 밤에 잠을 설치게 되어 도리어 피곤이 누적되고 심할시 과로사의 위험도 그만큼 높아질 수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커피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저카페인 커피나 홍차로 바꾸거나 진한 원두커피보다는 연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또한 불면을 예방하기 위해선 아침에만 커피를 마시고 오후에는 마시지 않아야 한다.

뭐든지 너무 과한 것은 좋지 않다. 커피나 카페인 음료들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사랑 받는 기호품이지만 올바른 지식에 따른 적절한 섭취와 절제가 필요하다.

커피 한잔의 여유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만인의 연인인 커피, 여유롭게 즐기고 음미함 속에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 풍요로움이 있다. 이 시간 글을 쓰는 필자도 헤이즐럿 향기를 내는 카프치노 한잔을 음미해 본다.
Posted by 분별없는 아이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