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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9 별난 한의사 손영기의 먹지마 건강법 by 분별없는 아이디어
건강을 위해서는 마이너스 사고가 필요하다

목욕문화가 발전한 현대인들에게는 향수가 목욕을 기피했던 중세 유럽에서 발전했다는 얘기가 우습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건강에 대한 생각은 중세 유럽 사람들과 흡사하다. 먼저 몸을 깨끗이 한 다음 향수를 뿌려야 하는데, 더러운 몸을 씻지 않고 단지 악취만을 감추려 향수를 뿌린다면 처음에는 괜찮은 듯 싶어도 곧 악취와 향수의 향기가 섞여 냄새는 더욱 고약해지고 만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건강에 좋다는 기사만 나오면 벌떼처럼 몰려가는 현대인의 몸에서 그와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있다. 오염식품을 멀리하지 않고, 몸에 좋은 것만을 찾는 모습은 더러운 몸에 향수만 잔뜩 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태국 등 외국으로 몬도가네 몸보신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 불법 밀렵으로 잡은 산짐승을 건강식품으로 여기는 사람들, 황소개구리를 퇴치하려면 그것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만 내면 된다는 이야기 등은 단순하게 흘려버릴 이야기가 아니다.


비울수록 얻게 되는 노자의 사상은 건강 법칙에도 적용되는 바, 이 시대에 건강을 얻으려면 몸보신 먹을거리만을 찾는 플러스 사고에서 오염 식품을 몸에서 멀리하는 마이너스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래서 나의 건강법을 마이너스 건강법 또는 ‘먹지마 건강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한의원은 이상해. 온통 가려서 먹으라는 말만 하니...” 욕인지 칭찬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와 내 한의원에 대한 소문은 이상과 같다. 이는 환자들에게 먹지마 건강법을 소개하다 보니, 한약 먹으면 낫는다는 말보다 오염 식품부터 멀리할 것을 강조한 까닭이다.


자연적이지 못한 식품으로 뱃속을 가득 채워 몸을 오염시키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것을 먹어도 소용없으니, 식습관을 통해 뱃속부터 정화시켜야 제대로 흡수될 수 있는 것이다. 천하의 명약을 먹으면 무엇하리. 이미 굳어 버린 장은 그 약을 흡수조차 못하고 있는데...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건강 비법을 찾으러 멀리 돌아다니거나 언론에 노출된 정보를 추종할 필요가 없다. 바로 내 몸 안에 건강의 비법이 있음을 깨닫고 오염 식품 중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결코 파업 않는 의사를 알려 드릴까요

“나는 그에게 붕대를 감아 주었고, 신이 그를 치료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위대한 외과의사였던 앙브로와즈 파에의 이 말은 인간의 자연치유력을 강조한 말이다. 나는 완치된 환자들에게서 감사의 말을 들을 때마다 “저보다는 음식과 선생님 자신의 몸에 감사하십시오.”라고 말하는데, 이는 단순한 겸양의 표현이 아니라 우리 몸 안에 내재된 신의 힘, 즉 자연치유력을 믿기 때문이다.


비틀즈의 대표곡인 “Let it be”처럼, 우리 몸의 생명력과 치유력을 믿고 잠시 내버려두는 여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력이 떨어져도 안경을 쓰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은 전체적인 몸 상태가 회복되면 다시 시력이 좋아지지만, 바로 안경을 쓰게 되면 몸이 회복되어도 이미 눈이 안경의 도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다시는 시력이 좋아지지 않는다. 식중독에 걸렸을 때의 ‘설사’는 음식의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몸의 반응이고, 감기에 걸렸을 때 나오는 ‘기침’은 호흡기에 감염된 병균을 내보내려는 치유 반응인데 약으로 설사와 기침을 서둘러 멈추려 하면 오히려 몸의 자연치유력을 거스르게 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참기만 하는 것은 더욱 무모한 짓이다. 음식 관리는 전혀 하지 않고 식욕대로 먹기만 하면서 자연 치유를 바라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으면서 자연히 불이 꺼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때문에 자연치유력에 의존하기 위해서는 입보다는 몸이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는 노력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의약분업 사태 때 병원의 파업으로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이 파업 걱정을 하면서 치료에 조급함을 보일 때마다 의사인 나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결코 파업하지 않는 의사를 알려 드릴까요? 바로 우리 몸 안에 있습니다.”



몸에서도 우루과이 라운드가 벌어지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한 농수산물 시장의 개방은 우리 농민을 궁지로 몰았다. 값싼 외국 농산물의 가격 경쟁에 밀린 우리 먹거리들, 농업의 손실보다 공산품의 수출 이득이 많다는 경제 논리에 따라 농토가 점점 공장터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농업은 국가의 기반 산업이다. 장차 우리 먹거리가 외국의 입김에 좌우된다면 국가의 주권 행사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농사짓는 이가 사라지고 이 땅에 수입 농산물이 가득 찬 상황에서는 생명줄인 먹거리를 외교의 압력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 기반을 흔드는 우루과이 라운드는 지금 우리 몸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는 비타민 등의 건강 보조제와 건강 보조 식품이 범람하고 있다. 그런데 비타민, 미네랄을 포함한 영양소는 우리 몸에서 직접 음식을 통해서 섭취해야지, 건강 보조제의 형태로 인위적으로 지나치게 투여하면 안 된다. 외부에서 영양소가 투여되면 수입 농산물에 경쟁력을 잃은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듯 그 영양소를 합성, 생산해야 할 몸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인체는 기계와 달리 쓸수록 좋아지고 쓰지 않으면 퇴화된다. 몸이 해야 할 일을 투여된 영양소가 대신하면 이처럼 몸이 점점 녹슬게 된다. 장기간 건강 보조제에 의존한 사람이 잠시 복용을 중단하면 갑자기 몸이 처지는 현상을 경험하는데 이것이 바로 몸의 퇴화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환자들의 몸은 전반적으로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치료도 쉽지 않다. 근본적인 식습관 개선 없이 오로지 건강 보조제만을 찾는 플러스 사고가 오히려 건강을 해친 셈이다. 먹거리의 자급자족 없이는 국가의 주권이 올바로 수행될 수 없듯이 건강 보조제에만 의존하면 건강을 지킬 수 없게 된다.



먹지마 건강법은 오염 식품을 경계한다

내가 환자들에게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오염식품 이야기이다. 인위적으로 가공되는 육류, 밀가루, 인스턴트 식품 등 우리 식탁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음식들을 내가 오염식품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당혹해 한다.


나 역시 육류, 밀가루, 인스턴트 등을 오염식품으로 규정하고 제한하는 식생활을 몸소 실천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의 질환 대부분이 음식에서 비롯된 식원병(食原病)임을 알고 나서는, 재발 없이 병을 완치하려면 식습관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경험하고부터는 스스로 이를 지켜나가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했던가. 음식에서 야기된 병을 음식으로 다스리지 않고 약에만 의존하면 치료할 때만 잠시 호전될 뿐이다. 그러나 음식관리를 병행하는 치료는 놀랄 만큼 효과적이고 일단 치료를 받은 이후에는 식이 요법만으로도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 심지어는 의료인까지도 음식 관리를 등한히 한다. “원장님처럼 하다간 환자 다 떨어져요.” 어떤 사람이 걱정하며 해준 말인데 환자를 대할 때마다 귓가를 맴돈다. 본인이 약보다 음식을 강조하는 것은 임상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병이 시작되는 근본 원인을 알기 때문인데 환자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 없이 그냥 병과 약만을 설명해 주면 될 걸 별난 식생활 개선 요구에 기가 죽어 등돌리는 환자들을 보면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재발과 악화로 다른 곳에서 치료를 포기한 환자가 철저한 음식 관리와 꾸준한 치료를 통해 완치되는 것을 보면 그 동안의 모든 서운함이 사라지고 환자들에게 더욱 단호해진다.


지금의 병은 인위적인 가공에 따른 육류, 밀가루, 인스턴트 등이 오염 식품임을 깨닫고 이를 멀리하는 환자의 적극적 자세를 통해서만이 예방과 완치가 가능하다고 본다. 육류와 밀가루 식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나치게 섭취하면 성인병을 야기할 수 있는데 여기다 항생제, 호르몬, 방부제, 첨가물 등의 오염으로 설상가상의 문제를 야기하는 바, 이에 이상의 먹거리들을 오염 식품으로 여기는 것이다.



음식이 이미지를 만든다

갈수록 선정적이고 폭력적으로 바뀌고 있는 사회, 스트레스로 무너지는 사람들, 병원에 넘쳐나는 신경증 환자들의 정신적인 문제들이 음식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나는 음식이 인간의 정신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다. 즉 육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동물의 동적인 성격이,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식물의 정적인 성격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환자의 얼굴 모습과 분위기를 통해 그의 식습관을 감지하는데, 인간에게서 독특한 이미지가 풍기는 것은 각자 즐기는 음식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비행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에 육류와 유가공품, 인스턴트 식품을 제한하고 곡물과 야채를 급식함으로써 신경질적이고 폭력적인 아이들의 날카로운 정신을 완화시키고 있다. 정신병과 신경증 환자에게 자연식을 권하는 치료법은 이미 미국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행되고 있다. 따라서 ‘먹지마 건강법’은 개인적인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의 도덕성을 지키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얼마 전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도중에 그만 나오고 말았다. 피가 튀는 잔혹한 장면들을 끝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먹지마 건강법’을 실천하기 전에는 그토록 좋아했던 폭력 영화였는데... 갑자기 너무 소심해진 것 같아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음식에 따라 이 정도로 성격이 바뀔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지금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찾게 되었다.


같은 종이라도 향을 포장하면 향기가 나지만, 생선을 싸면 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각자의 이미지는 자신의 식습관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체질에 따라 소화 흡수가 다르다

“녹두, 돼지고기, 밀가루는 금하셔야 합니다.” 한의원에서 한약을 지을 때 흔히 듣게 되는 주의 사항이다. 한약 복용시 밀가루를 금함은 밀가루가 소화에 부담을 주어 한약 흡수를 저해하기 때문인데, 밀가루와 소화 흡수 사이에는 묘한 점이 있다. 그것은 체질적으로 음인(陰人)에게는 소화가 어려워 부담되고 양인(陽人)에게는 흡수가 너무 잘되어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밀가루의 축 처지는 성질은 위의 늘어짐, 즉 위하수증을 야기하는 바, 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氣)가 부족한 음인은 소화장애에 걸리기 쉽다. 그리고 밀가루는 다른 음식보다 소화시키는 데에 많은 수분을 요구하기 때문에, 음인의 차가운 장은 힘들게 수액 대사를 함으로써 소화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반면 위가 열(熱)하여 밀가루를 부담 없이 소화시키는 양인의 경우, 밀가루의 흡수가 너무 빨라 ‘당뇨’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 당뇨란 섬유질 부족에 따른 영양의 갑작스런 흡수로 인슐린 분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인데, 정백 밀가루는 바로 흡수되어 인슐린 수치를 갑자기 높이거나 또는 갑자기 떨어뜨려 혈액 내의 인슐린 불균형과 함께 췌장에 큰 부담을 준다. 밀가루 식품을 먹은 후에 금방 허기가 지는 것은 위와 같은 과정에 따른 저혈당 상태로서, 체질이 열한 양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밀가루를 즐기는 환자는 침 치료에 있어서도 독특한 반응을 보인다. 침을 놓을 때 상대적으로 통증을 덜 느끼고, 침을 뽑을 때 피가 잘 난다는 것이다. 이는 묵은 밀가루로 인해 근육이 늘어지고 살이 부어 침의 따가움을 덜 느끼게 되고, 혈관이 탄력을 잃어 침의 자극에 쉽게 터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먹지마 건강법’을 적극 실천하는 환자들은 갈수록 침이 아프다고 공통적으로 말하는데, 필자는 이것을 피부와 근육이 탄력을 되찾고 감각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라고 본다. 살짝 부딪혀도 멍이 드는 약한 혈관 덕에 고혈압을 거쳐 뇌출혈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음식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긴다.



인스턴트에 대해서는 긴말이 필요 없다

오염식품 섭취의 제한을 강조하는 ‘먹지마 건강법’을 설명함에 있어서 인스턴트는 다른 오염식품에 비해 쉽게 설득이 된다. 인스턴트가 불량식품이라는 점에는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긴말이 필요 없는 인스턴트를 다시 논의하려는 것은, 모두들 몸에 나쁜 줄 뻔히 알면서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히 “인스턴트는 건강식품이 아니다.”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1977년 미국 의회에 제출된 ‘음식물 섭취 지침서’에는 ‘인스턴트 가공식품에 의존하지 말라!’라는 글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러한 지침서가 제출된 데에는 당시 심장질환 사망률이 전체의 40퍼센트, 암 사망률이 25퍼센트나 된다는 배경이 있었다.


특히 서구의 외식 문화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 미국 이상으로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식습관 개선운동으로 이미 사양산업이 되어 버린 패스트푸드 사업이 우리 나라를 부흥의 전초 기지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여간 씁쓸하지 않다. 패스트푸드점마다 넘치는 사람들, 편의점이나 슈퍼에 화려하게 진열된 가공 식품들, 길거리에 늘어선 군것질 노점들, 쉬는 시간만 되면 청량음료 자판기 앞으로 몰려드는 학생들, PC방, 오락실, 사무실 구석에 쌓여진 컵라면 그릇들... 인스턴트 문화가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육류 + 밀가루 + 첨가물 + 인공 조미료 = 인스턴트”


값싼 동물성 지방과 정백 밀가루를 바탕으로 담백한 자연의 맛 대신에 가공 설탕, 소금으로 맛을 내고 온갖 첨가물로 치장하는 인스턴트 식품은 오염식품 가운데 으뜸이다. 따라서 ‘먹지마 건강법’에서 인스턴트와의 타협은 있을 수 없다. 환자들에게 병세가 심각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위해 육류와 밀가루 식품을 일체 금하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으나, 인스턴트만큼은 먹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긴말이 필요 없는 인스턴트의 해로움 때문이다.



밥이 보약이라는 이야기는 옛말이다

밥이 곧 보약이라는 이야기.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서 들은 이 이야기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 식의(食醫)임을 자칭하는 나도 쌀이라는 곡식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약처럼 소중하게 대해 왔는데 이제는 ‘밥이 보약’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쌀 재배 과정에서의 농약사용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기름진 쌀밥을 보면서 농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지 못하고, 농약사용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죄스럽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한살림」 자료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농약은 농작물의 정상적인 생육에 필요한 필수성분이 아니라, 작물의 생장에 방해가 되는 유해생물을 죽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농약은 대부분 고유의 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농약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농촌지도소의 지침에 따르면 농약은 적어도 5-6회 정도 뿌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적인 횟수이지 날씨가 고르지 못해 병충이 극성을 부리면 15-16회 정도 벼를 농약에 절여낸다고 한다.


이 글을 보면 우리 쌀이 농약에 얼마만큼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에 앞으로 쌀을 고름에 있어서 유기 농산물이 절대적으로 요구됨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이제는 ‘밥이 보약’이라는 옛 어른의 말은 현 시대에 맞게 ‘유기 농산물인 쌀로 지은 밥이 보약’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식(食)은 약(藥)이지만 약(藥)은 식(食)이 아니다

‘먹지마 건강법’을 강조하면서 오염식품을 먹지 말 것을 요구하다 보면, 그러면 무엇을 먹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을 흔히 받는다. “된장, 콩, 현미...” 그러한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내뱉는 나의 답변에 시시하다는 표정들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에서나 들어봄직한 거창한 약초를 기대했는데 늘 접하는 먹거리들이 나오니 그런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약을 원하는 데도 음식을 권하면 더욱 놀란다. 소화불량을 호소하면 “무즙을 드시죠.” 지속되는 복통을 호소하면 “된장을 물에 풀어 드시죠.” 기침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면 “호두기름을 드시죠.” 심지어 당뇨, 고혈압에 연근을 먹으라고 하니 그럴싸한 약을 기대하던 환자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 선생이 민중들에게 치료 방법으로 약 대신에 음식을 처방한 것은 귀한 약초를 구하기 힘든 것도 이유이겠지만 음식이 곧 약이기 때문이다.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데 답답한 것은 현대인들이 이 용어를 잘못 이해한다는 점이다. 식약동원은 음식이 곧 약이라는 의미로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 약이 음식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음식을 시시하게 여기고 약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약을 음식처럼 먹고 있으니 식약동원이 거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약으로 쓰이던 것이 기호 식품화한 커피, 담배, 술 같은 것도 문제지만, 인삼 다린 물이나 녹차를 식수로 마시는 등 본래 약이었던 것을 음식처럼 복용하면 자칫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론에서 무슨 약이 효과가 있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바로 음식으로 먹는 현 풍토는 건강하지 못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처음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집에서 음식처럼 늘 복용하는 약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개 처음에는 없다고들 말하나 결국 하나씩 늘어놓는다. 인삼, 녹차 심지어는 커피, 담배까지도 본래 음식이 아닌 약임을 알아야 한다. 이 기회를 통해 간곡히 호소한다. 제발 식수만큼은 순수한 생수를 들기 바라며 좋다는 소문만 듣고 약초 달인 물을 매일같이 함부로 먹지 말기를 바란다.



도대체 무얼 먹으란 말인가

우리 한의원에서는 환자들에게 다음의 음식물 관리표를 건네준다.


<주의할 음식>

육류(계란, 우유, 치즈, 버터 등의 유가공품 포함)

밀가루 음식/ 인스턴트 음식/ 기호 식품/ 생선회/ 화학 조미료/ 제철이 아닌 과일


<권장하는 음식>

콩/ 된장/ 섬유질(현미, 채소 등)

생수/ 해조류(미역, 다시마, 톳 등)

천연 조미료(참기름, 들기름, 현미유 등)

이와 같은 표를 받아든 환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도대체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권장 음식에 있어서 곡물과 채소는 농약 등의 오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묻는다. 이러한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물론 걱정해야지요. 그래서 유기 농산물을 택하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유기 농산물 공급단체를 소개하는데 나 역시도 모든 농․수산물을 그곳에서 공급받아 오염에 대한 걱정 없이 먹고 있다.


유기 농산물 공급단체는 다음과 같은 단체들이 있다.

- 한살림(www.hansalim.or.kr) : 02-3486-9696

- 경실련 정농 생협 : 02-448-8392

- 여성민우회 생협(coop.womenlink.or.kr) : 02-581-1675

- 생협중앙회(www. coopkorea.net) : 02-3486-9696


지금 유럽에서는 광우병에 이은 구제역 파동으로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유기농 식품 판매가 30퍼센트 가량 증가했고, 다국적 식품 업체들은 유기농 가공 신상품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유럽의 유기 농산물은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3퍼센트에 불과하나, 현 추세를 유지할 경우 2005년쯤 유기농 식품은 전체 식품 판매의 5-10퍼센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치는 금(金)치다

된장, 치즈와 함께 3대 발효 식품의 하나인 김치는 식물성(콩) 발효식인 된장과 동물성(우유) 발효식인 치즈에 비해 식물성(배추, 무, 고추)과 동물성(젓갈)이 어울리는 특징을 지닌 우리 나라의 대표 식품이다. 소금의 삼투작용과 미생물의 발효작용이 복합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숙성되는 김치는 모든 발효 식품이 그러하듯 장을 살린다.


김치가 익는 동안 생성된 젖산균은 장내 부패균 번식을 억제하는 정장(整腸)작용을 하고, 섬유질은 물리적으로 장 내부를 쓸어주는 청소 역할을 한다. 또 김치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육류 등 산성식품을 많이 섭취할 경우 일어나는 피의 산성화를 예방하기 때문에 성인병이 만연하는 지금 절실하게 요구되는 건강식이다.


소금 성분이 많기 때문에 오래 먹으면 고혈압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며, 오히려 혈전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본의 ‘기무치’는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김치는 금(金)치로서 ‘금’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옛날 김장할 때 아낙은 목욕 재계하고, 간을 할 때에는 창호지로 입을 막았으며 시어머니도 김장을 앞두고는 며느리를 나무라거나 신경 쓸 일을 삼가는 등 진짜 김치를 금 다루듯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금이 쇠붙이 고철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농약으로 오염된 배추와 무, 썩은 재료를 섞어 만든 고춧가루, 유통과정에서 변질된 젓갈, 국산 소금으로 둔갑한 저질의 중국산 소금, 합성 조미료로 범벅된 김치. 이런 김치는 더 이상 건강 발효식품일 수 없다.


‘금’치를 ‘고철’치로 바꾸어 버린 이와 같은 김치의 오염 못지 않게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김치가 고춧가루 때문에 지나치게 맵다는 점이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우리 민족 특유의 식습관은 많은 사람들이 김치에서 연유되었다고 보는데, 본시 우리 김치는 고추가 들어가지 않는 ‘백김치’였다.


매운 음식이 기관지를 나쁘게 함은 한의학의 관점에서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기관지가 나쁜 환자들은 음식을 맵지 않게 먹도록 주의시키면서 치료하여야 하는데, 병세가 호전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늘 먹는 음식 중에 특히 김치를 맵게 먹는 경우가 많다. 김치가 우수한 건강식인 것은 사실이나 이처럼 너무 맵게 먹으면 몸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Posted by 분별없는 아이디어